어떻게 한 권의 책이 600만 명을 학살하게 되었나

가장 위험한 책

로마 제국부터 나치 독일까지 『게르마니아』 오독의 역사

원제 A MOST DANGEROUS BOOK ( Tacitus’s Germania from the Roman Empire to the Third Reich)

크리스토퍼 B. 크레브스 | 옮김 이시은

출판사 민음인 | 발행일 2012년 9월 12일 | ISBN 978-89-601-7321-7

패키지 반양장 · 376쪽 | 가격 17,000원

책소개

로마 제국부터 나치 독일까지 『게르마니아』 오독의 역사 어떻게 한 권의 책이 600만 명을 학살하게 되었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책은 무엇일까?
고대 로마의 문헌 ‘게르마니아’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책 중 한 권이 되었는지 밝혀내는 『가장위험한 책』이 민음인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의 고전학 교수인 저자가 수세기 동안 세계 각지에서 출간된 『게르마니아』와 관련된 엄청난 문헌 자료를 찾아내고, 라틴어, 히브리어, 독일어 등 자신의 모든 언어 역량을 집약시켜 조국 독일 역사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20세기 냉전 시대를 야기한 『공산당 선언』, 미국 남북 전쟁의 도화선이 된 『톰 아저씨의 오두막 집』, 이슬람교를 신성 모독했다는 이유로 저자, 출판사, 번역가, 신문사 등이 테러를 당해 5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악마의 시』, 서구 사상을 형성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오독과 왜곡으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성경』에 이르기까지, 책 한 권의 텍스트가 그 고유한 의미를 넘어 현실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위험한’ 책들은 많다. 그중 로마 시대의 역사가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르날도 모밀리아노(Arnaldo Momigliano)가 역사상 가장 위험한 책 중에서 상위권으로 꼽은 책이다. 이 책이 분열된 독일 민족에 국수주의 운동, 인종차별주의, 독일 민족지상주의, 게르만 신화 등의 이데올로기적인 기반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20세기 최대의 재앙으로 꼽히는 유대인 대학살을 일으킨 히틀러와 친위대 총사령관 히믈러가 나치 핵심 개념을 구상할 때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열혈 나치당원이 “의식 있는 모든 독일인”의 “바이블”로 추천한 이 책은 나치 이데올로기를 위해 단지 인용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더 중요한 점은, 수세기에 걸쳐 “황금 소책자”, “경탄할 만한 작품”, “불멸의 텍스트” 등으로 추앙받던 이 책이 나치 이데올로기 형성에 핵심 사상을 제공했고, 바로 그 사상을 지지하기 위해 다시 인용되었다는 사실이다. 『게르마니아』는 그들의 이념적 틀에 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틀을 만드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책이 되었다. 그 이념은 약속대로 실천에 옮겨졌다. ­- 본문 중에서
 
 
나치의 ‘바이블’이 된 라틴어 고전 『게르마니아』
『게르마니아』는 라틴어로 된 지리적·민족학적 작품으로, 현존하는 고대 게르만족에 관한 유일한 저서이다. 서기 98년,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여행자들의 보고와 문학적 자료를 토대로 게르마니아 지역에 사는 이민족들의 기원·관습·사회상을 간결하게 기록했다. 처음에 그가 그려 낸 게르만족은 충성스럽고 신체적으로 강인하지만, 문화와 교양이 없는 원시인에 가까웠다. 그러나 필사(筆寫)로 전해지던 이 책은 수세기 동안 자취를 감추었고, 15세기에 이르러 로마에서 양피지 필사본이 재발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교황 비오 2세를 비롯한 이탈리아 성직자들은 독일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고 그들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게르마니아』의 게르만족 개념을 끌어들였으며, 독일 지식인들과 권력자들은 게르만족의 순혈성, 충성심, 강인함에 대한 설명을 새롭게 해석하며 민족정신을 고취시켰다. 원고 자체도 불가사의한 마력을 띠게 되어, 학자, 귀족, 심지어 교황까지 이 원고를 구하거나 훔치려고 가세했다. 그 뒤 500년간 『게르마니아』는 꾸준히 재해석되고 오독되었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용되거나 조작되었다. 프랑스의 계몽주의자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을 써서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유럽 전역에 전파했고,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타키투스가 쓴 게르만족의 특성에 영감을 받아「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란 연설문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민족학자 고비노는 『게르마니아』를 근거로 『인종불평등론』을 썼고,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는 이를 읽고 고비노와 교류하며 게르만족 이론을 국수주의 운동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다. 결국 『게르마니아』는 20세기 나치 독일에 이르러 독일 혈통의 순수성과 우수성을 증언하고 나치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이민족과 결혼을 금했다는 『게르마니아』를 근거로 독일인과 유대인 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독일인 혈통 및 명예 수호법’이 제정되었고, 『게르마니아』 속 경구는 청년들을 ‘게르만 전사’로 육성하고 다른 인종을 증오하도록 교육하는 각종 교재와 역사서에 인용되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자서전 『나의 투쟁』의 제목으로 ‘게르만 혁명’을 검토했고, ‘게르마니아’라는 이름의 수도가 있는 미래의 게르만 국가를 구상했으며, 『게르마니아』를 이용해 독일 민족지상주의, 인종주의 이론을 내세웠다. 『게르마니아』의 열렬한 추종자이자 홀로코스트의 주모자인 나치 친위대 총사령관 하인리히 히믈러는 순수한 독일을 부활시키겠다고 맹세하고 그 사본을 입수하기 위해 비밀공작을 벌였다. 1,800여 년 전 타키투스가 『게르마니아』를 썼을 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게르마니아』는 보고서가 아니었다. 아마도 타키투스는 라인 강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민족지학 저자들에 의지하여, 로마의 정세를 염두에 둔 채 그저 가끔 북부의 현실을 곁눈질해 가며 이 작품을 썼다. 독일의 민족성을 정의하는 데 원용한 이 텍스트가 실은 한 로마인이 쓴 인간의 미덕에 대한 상상의 소산이자 정치적 발언이었던 셈이다. 이 점은 분명 역사의 심원한 아이러니 중 하나일 것이다. ­ – 본문 중에서
 
 
학술서처럼 지적이고, 탐정소설처럼 대중적인 역사물의 전범(典範)
저자는 로마 시대부터 나치 독일까지의 권력자와 지식인들이 각자의 지식과 이해관계에 따라 『게르마니아』를 오독하거나 왜곡한 사례를 광범위하게 분석해 나가며 한 권의 책이 지닌 의미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왜곡되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마치 탐정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치밀하게 논지를 전개하면서도 요소요소에 건조한 유머를 배치하여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 등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대중적이고 지적인 역사물의 전범”을 만들어 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가장 위험한 책은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것이 아니라 그의 독자들이 만든 것이다.”라고 말한다.역사에 대한 오독과 왜곡이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현실에 영향을 미처 예상치 못한 참극을 낳는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단일민족의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팽배하고, 독도 분쟁, 동북공정 등의 역사적· 정치적인 분쟁이 계속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 책은 역사를 엄정하게 해석하는 시각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일깨울 것이다.
 
작품에서 나치의 유산을 비판적으로 다뤘던 독일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하인리히 뵐은 1979년에 시사주간지 《디 자이트》에 『게르마니아』에 관한 에세이를 게재했다. 그는 타키투스의 문헌이 “놀라울 만큼 현대적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 책은 여전히 모든 독일인이 잠시 훑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조상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서는 아닐지라도, 가장 오래된 문서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는 이유였다. 뵐은 또 게르만족의 노래에 대한 타키투스의 묘사를 음미하면서, “이 묘사가 왠지 친숙하게 들리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독일인의 공감대에는 뭔가 진정한 게르만적 요소가 보존되어 있다!”고 논평했다. 에세이의 나머지 부분도 같은 논지였다. 
뵐의 『게르마니아』 해석은 곧바로, 온당하게 당대의 대표적 고전주의자에게 순진한 소리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어쨌든 이 책은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순진한 해석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것도 바로 그 위험천만한 역사이다. 결국 가장 위험한 책은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것이 아니라 그의 독자들이 그렇게 만들어 냈던 것이다 ­ – 본문 중에서

편집자 리뷰

추천의 말
 
대중적이고 지적인 역사물의 전범(典範) ……『가장 위험한 책』은 모든 면에서 가장 훌륭한 성취를 이뤘다. ­ 《워싱턴 포스트》
 
매력적이다. …… 크레브스는 가벼운 터치와 건조한 유머 감각을 갖고 있다. ­ 《뉴욕 타임스》
 
영리하고 박식하다. …… 크레브스는 수많은 고전 학문과 지적인 역사물을 접목하여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 《슬레이트》
 
이것은 특별한 이야기다. 크레브스는 …… 그 이야기를 열정적이고 매력적으로 들려준다. 《월스트리트 저널》
 
드라마틱한 탐정 소설 같다. ­ 《런던 리뷰 오브 북》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이 책은 고전 문헌이 현대 사회와 관련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위험하고, 폭발적이며, 굉장히 강력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1세기부터 제3제국에 이르기까지 고대 독일과 독일인의 오랜 삶에 대한 눈부신 역사서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고대 로마의 가장 뛰어나고 냉소적인 역사가 타키투스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다.” ­ 메리 비어드, 『The Fires of Vesuvius: Pompeii Lost and Found』의 저자
 
“가장 흥미진진한 책! 크레브스의 손에서 『게르마니아』 필사본의 이야기는 때로는 스릴러로, 때로는 탐정소설로 변신한다. 고대 사상의 치명적인 위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할 책이자 작가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엄연히 존재하는 독서의 책임을 적절히 일깨우는 책이다.” ­ 팀 루드, 『American Anabasis』의 저자
 
“크레브스의 이 집착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는 고대 게르만족을 순수한 야만인으로 묘사했던 로마 제국 시대의 원고가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나치 이데올로기라는 독일인 특유의 환상을 부추기는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과정을 밝혀낸다. 에이드리언 메이어, 『The Poison King』의 저자

목차

프롤로그. 불길한 과거 8
1. 로마인의 게르만 신화 정복 22 나쁜 황제가 좋은 작가를 만든다 24 | 간접 경험을 통한 민족지학(民族誌學) 40 | 권력의 병리학 50
2. 생존과 구원 58 조용한 통과 59 | 실체 없는 발견 70 | 로마에 복귀하다 85
3. 독일 조상의 탄생 93 과거의 야만인, 오늘의 신사 96 | 토착적인 독일 전사 108 | 노아의 새 아들 115
4. 인격 형성기 125 태곳적부터 133 | 자유롭고, 용감하고, 충성스러운, 그리고 잊힌 사람들 141 | 단순한 민족의 더 바람직한 삶 148
5. 영웅의 노래 157 토이토의 복원 164 | 음유시인이 노래하게 하라 173 | 그 성격에 그 언어 181
6. 자유로운 북부인의 민족 189 민족정신 195 | 농민 공화국 203 | 북유럽 국가의 민속 문화 212
7. 백인 혈통 226 민족 없는 민족주의 228 | 가장 우수한 아리아인 238 | 히틀러 등장 이전의 국수주의 운동 253
8. 국가사회주의자의 바이블 267 게르만 혁명 272 | 피와 땅 282 | 미완의 사명, 총사령관과 나치 친위대 292
에필로그. 또 다른 해석, 또 다른 책 308
감사의 말 315
주 319
찾아보기 368

작가 소개

크리스토퍼 B. 크레브스

하버드 대학교 고전학 교수. 독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웠고, 베를린, 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고전과 철학을 공부했다. 2003년까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강사를 역임했으며, 2007년에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객원교수로 초빙되었다. 2008~2009년에는 선임연구원 자격으로 뮌헨에 머무르며, 1895년부터 시작되어 2050년에 완성될 예정인 라틴어 대사전(Thesaurus Linguae Latinae) 작업에 참여했다. 『Time and Narrative in Ancient Historiography』에 공동 편집자로 참여하는 등 고전과 관련된 다수의 연구서와 논문을 펴냈다. 지금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키케로와 고대 로마 수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시은 옮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와 KAIST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졸업했다. 대기업과 컨설팅사 등을 거쳐 현재는 ‘바른번역’의 전문 번역가 겸 자유 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큐레이션: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 『써먹는 서양 철학』 등이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