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저술, 20년의 취재, 그리고 600년의 이야기 삼청동에서 성북동까지 서울 성곽에서 언더그라운드 미술 공간까지 골목 구석구석을 걸으며 엮어 낸 북촌의 일상과 역사를 만난다

서울, 북촌에서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하지권

출판사 민음인 | 발행일 2009년 11월 2일 | ISBN 978-89-963-3410-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64x225 · 440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5년의 저술, 20년의 취재, 그리고 600년의 이야기
전통과 현대, 관과 민, 개발과 보존, 자본과 문화가 교차하는 곳
서울 북촌에는 이야기가 있다
 
600년 고도 서울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북촌의 일상과 역사를 생생한 현장 취재와 발굴로 새롭게 조명한 『서울, 북촌에서』가 (주)민음인에서 출간됐다.
30여 년간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문화부장으로 일한 저자 김유경과 중견 사진가 하지권이 삼청동에서 성북동까지, 서울 성곽에서 언더그라운드 미술 공간까지 북촌 골목 구석구석에 새겨진 과거와 오늘의 모습을 200여 컷의 담백한 사진들과 함께 담아냈다. 저자는 한 공간에 중첩된 역사적 배경과 함의를 좇는 날줄과 현재를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씨줄을 촘촘히 엮어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북촌에 관한 하나의 거대한 모자이크를 완성했다.
사료와 문헌에 의존하는 기존 역사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주민, 상인, 문화인 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옴니버스처럼 엮어 낸다.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엄덕문, 서울에서 100년을 산 원로 법학자 고 최태영 박사, 조선 마지막 황후 순정효 황후 윤 씨의 후손 윤흥로 씨 등 근현대사의 현장에 있었던 주요 인물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역사의 기억을 복원한다. 군사 정권 시절의 한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삼청각과 세종문화회관 건축 뒷이야기, 대한 제국 마지막 황실 가족의 삶 등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굴된 내용들도 많다.
저자는 서문에서 “‘북촌’은 보통 이르는 삼청동과 가회동 일대 어느 한정된 지역이라기보다 친근한 숨은 힘 같은 것이 느껴지는 서울 생활의 한 전형”이라고 썼다. 『서울, 북촌에서』는 골목길 탐방식의 표피적 접근이나 공간 비평을 시도하는 상아탑식 접근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개발 논리와 승자 독식의 경쟁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정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북촌 한옥 동네의 어제와 오늘
저자는 먼저 “북촌 풍경의 백미”로 꼽은 가회동과 삼청동 중심의 종로구 일대 한옥의 변화를 통해 북촌의 어제와 오늘을 좇는다. 한 터에 여러 사람이 대를 달리해 살아 온 ‘집의 역사’를 추적하는 과정은 곧 시대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순정효 황후의 송현동 친정집이 일제 강점기 일본 식산 은행의 관사 터로 팔렸다가 해방 이후 미국 대사관 직원 관사가 들어서고, 지금은 삼성 그룹 소유의 빈터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시대의 흐름을 증언한다. 고종 때의 참정대신 한규설 대감 집은 작게 쪼개져 1960년대 음식점과 인쇄소, 살림집들이 한 칸씩 차지했다.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 집안 정도가 조선 대대로 물려받은 한옥 저택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 시대 서울을 형성하던 궁과 고래 등 같은 양반집들이 헐려 나간 뒤 보호 정책 아래 마지막 남은 한옥 900여 채는 대부분 1930년대 이후 근대 도시 한옥으로 지어진 것이다. 저자는 북촌 하면 으레 양반 대가들만 살았던 것처럼 말하는 세평에 반대하며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닌 소박한 집들에도 주목한다. 철물점 주인, 한옥 재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대목장, 돌담 곁 작은 피마자 정원을 가꾸며 시를 읊는 ‘선비’ 등 북촌의 역사와 삶을 같이해 온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굳게 닫힌 대문 안 한옥 생활의 묘미를 전한다. 북촌이 유명세를 타면서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옛것의 가치를 지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통이나 집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많은 이들에게 생각해 볼 질문을 던진다.

새롭게 짜이는 문화의 판, ‘숨 쉬는 것=예술’이다
현대의 북촌은 문화의 권력화와 거대 상업 자본에 염증을 느낀 예술가들이 모여 소규모 대안․실험 문화 공간을 꾸려 가는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 역사는 퍽 깊다. 한국무용가 공옥진의 1인 창무극이 초연되고 1978년 김덕수 사물놀이가 배태된 건축 사무소 ‘공간’ 지하 소극장의 전성기를 저자는 관객이자 기자로서 기록했다. 무대에선 무녀 춤꾼과 대학 교수 춤꾼이 동등하게 어울리고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 등 문화계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비좁은 공간 불편한 자리에 기꺼이 관객으로 와 앉아 있었다.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젊은 미술가들의 오랜 활동 공간인 ‘인사 미술 공간’도 2006년 인사동에서 이곳 원서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는 “집세가 싸서”이다.
책 곳곳에서 주류 문화에서 벗어나 나름의 예술 세계를 꾸려 가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과 서양화 작업을 하는 조수연, 최지현 씨는 아이엠에프 직후 길을 잘못 들어 삼청동을 지나다가 은행나무 있는 굽은 길과 고전적 동네에 반해 작은 작업실 겸 화랑을 냈다. 부암동 능금나무길 뒤편에는 ‘삶을 축제로!’라는 모토를 가진 공연장 ‘아트 포 라이프’가 있다. 성필관, 용미중 두 내외가 강남 아파트를 등지고 나가던 학교도 그만두고 평생 연주를 하기 위해 찾아든 곳이다. 양악과 국악이 뒤섞이고, 예술가와 동네 주민들이 어우러지는 공연 날 저녁 풍경은 소위 ‘고급문화’의 장막을 걷고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진정한 문화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느린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잃어버린 ‘서울 생활’의 재미를 찾아서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서울에는 서울 성곽 ‘성돌이’가 있다. 2007년 군 경비 구역이던 일부 구간이 개방되면서 잊혀져 있던 서울 성곽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났다. 그보다 3년 앞서 2004년에 서울 성곽을 일주하는 ‘성돌이’를 한 뒤 이를 처음 언론에 소개했던 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들이다. “서울 사람의 잃어버린 취미” 성돌이란 단어와 행적을 법학자이자 역사가 최태영 박사의 경험을 빌어 복원했다. 혜화문부터 성벽을 따라 동네를 지나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을 오르내리며 걷는 코스는 길이 온전히 이어져 있지 않아 힘들긴 해도 “서울의 내면을 재발견하는 과정”이다.
혜화문에서 성북동까지는 살림집 담벼락처럼 바로 곁에서 닭을 놓아기르고 채소밭을 가꾸는 생활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숙정문에 이르면 광화문 일대를 비롯해 사대문 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가 하면 북한 간첩 김신조 무리가 넘어온 길에서 총알 자국이 선명한 나무와 마주치기도 한다. 인조반정의 흔적이 고스란한 창의문, 중종의 폐출된 비의 애틋한 사연이 깃든 인왕산 치마바위 등 역사의 자취를 좇고, 아는 사람만 아는 이화여고 교정 내 성벽 한 뼘까지 훑으며 끊일 듯 이어지는 서울 성곽의 흔적을 끈기 있게 더듬어 간다.
유교, 불교, 무속 등 북촌 가까이 남아 있는 전통 종교의 모습을 따라가 보는 행적도 흥미롭다. 5월 종묘 대제와 6월 불교 영산재의 복잡한 절차와 의례를 꼼꼼하고 알기 쉽게 풀어 주고 강렬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이들 몇 개의 재(齋) 또는 제(祭), 굿만으로도 서울 북촌이 갖는 문화적 깊이는 단순하지 않다.”

숨 가쁜 현대사, 장막 뒤편에선 무슨 일이
서울의 심장부로서 늘 최고 권력에 맞닿아 있던 북촌에는 긴박했던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 주는 건축과 상징물이 많다.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엄덕문의 집중 인터뷰에서는 건축 당시의 온갖 기술적, 행정적 난관과 그것을 분투 끝에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를테면 건축이 시작될 무렵 박정희 대통령과 건축가는 다음 같은 대화를 나눴다. “평양 만수대 극장처럼 기와 씌운, 대의원 5,000명이 들어갈 건물을 지어 주시오.” 건축가는 “그건 평양의 특징이고 기와를 씌우지 않고도 우리 정서와 전통을 살릴 수 있다.”며 버텼다. “서까래라도 내 달라.”는 요구에는 “봐서 조정하겠다. 재래식은 못한다.” 했다. “고집 센 사람이군.” 엄덕문의 설득이 힘을 얻어 한국적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제시한 현대 건축의 대표작이 탄생했다. 2003년과 2007년 원 설계자와 상의 없이 이루어진 개축이 세종문화회관의 미학적 완성도를 어떻게 훼손했는지 밝히며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는 행정 당국의 안일한 시각과 안목 부재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올해 광화문 광장에 세종 대왕 동상이 들어서기 전 노건축가가 오랜 시간 구상해 온 세종 기념 전각 도면도 독점 공개한다. 저자가 개인적 기록으로 전하는 전임 대통령들의 공연 관람 천태만상도 흥미를 더한다.
1972년 남북 협상을 위해 지어진 뒤 요정 정치의 산실로 이름을 떨치다가 2000년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삼청각 건축에 얽힌 이야기들도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현대사의 이면을 드러낸다. 6000평 가까운 산자락을 다져 택지로 만드는 데 군 공병대가 투입되고,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지휘, 중앙정보부가 감독해 1년여 만에 완공했다.

북촌에 아로새겨진 근대의 기억
재동 헌법 재판소 구내에 있는 600년도 더 된 거대한 백송(白松)과 견지동 우정총국(현 체신 기념관) 건물을 가리켜 저자는 “근대화를 향한 개혁의 한 시대가 응집되어 있다.”라고 표현한다. 고종 때 백송이 있던 자리는 개화파의 산실 박규수의 집이었다. 할아버지 박지원의 실학사상을 계승한 그의 집 사랑채에는 지척에서 호흡을 같이하며 살던 김옥균, 홍영식, 서광범, 박영교 등 청년 관료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조선 말 개혁 세력의 주체가 되었다. 1883년 ‘보빙사’란 이름으로 최초로 미국을 시찰하고 1884년 홍영식의 주도로 근대 우편 제도를 도입했다. 비록 갑신정변의 실패로 모두 죽임을 당하거나 망명했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자주적인 근대화를 향한 열망과 움직임이 있었음을, 이 책은 오늘날 사람들이 스치듯 지나치는 장소를 통해 상기시킨다.
‘북촌의 대궐 여성들’에서는 그간 명성 황후의 극적인 삶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 왕조 마지막 왕실 여성들인 고종의 후궁 엄비, 순종의 비 순정효 황후 윤 씨 등의 삶을 재조명한다. 엄비는 양정, 진명, 숙명 세 학교를 세워 명성 황후와 더불어 조선의 근대 청년 교육에 힘썼다. 윤 황후에 대해서는 조카 윤흥로, 윤건로 씨와 상궁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앞에 나서지 않았으면서도 절제되고 세속적 타협과도 멀리한 한 왕실 여성의 고고함을 느낄 수 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 한옥 동네의 삶
1. 북촌의 가게들
2. 한옥에 살다
3. 피마자 정원을 가꾸며 시를 읊다
4. 서울 음식의 매혹
5. 북촌 정원 구경
 
2장. 삼청동과 성북동
1. 나란한 산책길, 삼청동길과 맹현
2. 삼청동의 예술과 사람들
3. 삼청각 건축 이야기
4. 성북동 세 집
5. 성북동에서 조선을 만나다
 
3장. 부드러운 삶의 휴식이여
1. 세검정을 지나다, 옛사람의 풍류를 찾아서
2. 성필관네 공연 날 저녁
3. 원서동 언더그라운드
4. 살림과 예술이 하나다, 홍정실의 공간
5. 빌모트가 설계한 평창동 관경재
6. 피맛골 열차집 풍경
7. 광화문에서 만난 야나기의 조선 미술품
 
4장. 서울의 상징
1. 보신각종을 지키는 사람들
2. 광화문의 밤
3. 세종문화회관과 건축가 엄덕문
4. 성돌이, 굽이굽이 이야기가 흐른다
 
5장. 젊은 그들
1. 재동 백송과 ‘젊은 그들’
2. 우정총국, 홍영식의 얼굴이 보인다
3. 정동 산책, 돌담길에 새겨진 근대의 기억
4. 북촌의 대궐 여성들
 
6장. 서울의 제(祭)와 재(齋)
1. 성균관, 켜켜이 내려앉은 학문의 자취
2. 5월의 종묘 대제
3.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 봉원사 영산재
4. 국사당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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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김유경

서울대 사범대학 불어교육과와 이화여대 대학원 불문과를 졸업했다. 1969년부터 1997년까지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문화부장으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옷과 그들』이 있고, 최태영의 역사서 『인간단군을 찾아서』,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를 저자와 함께 정리했다. 동양미술사학자 존 코벨의 글 전체에서 가려 뽑은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무속에서 통일신라 불교까지』, 『부여기마족과 왜』,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을 편역했다.

하지권

경일대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뿌리깊은나무》. 월간 《샘이깊은물》 사진을 찍으며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디지털화 작업에 청춘을 보냈다. 현재 불광출판사에 몸을 담고 우리나라의 불교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그 동안의 작업으로 『즐거운 소풍』과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이 있다.

독자 리뷰